2013년 4월 30일 화요일
건강에 좋다고 가까운 산은 잘 오르면서 멀다는 핑계로 조상님 산소를 자주 찾지 못하는 나는 오늘, 오랜만에 부모님 산소에서 잡초를 뽑는 일을 하고 왔다.
온종일 행복한 날이었다.
집에서 시내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비가 2,800원 나왔다. 거스름돈 2백 원은 사양했다.
기사님이 고맙습니다는 인사를 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고춧모 한 포기에 200원씩 200포기를 샀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
품종이 좋고 싹도 좋아 보인다고 만족해한다. 듣는 나까지 기분이 좋다.
고추 작황이 좋아서 그분의 기분이 더 좋았으면 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산소까지 걷는 시간을 재보니 20분이 좀 안 걸린다.
조용한 시골 길을 아내와 둘이서 길가의 우사도 보고, 철망에 갇혀서 우릴 보고 반가운 듯 날뛰는 하얀 진돗개도 보고, 비닐하우스 속에서 수확된 오이도 보면서
걷는 것이 괴롭다기보다 걷는 자체를 즐겁게 생각하니 오늘의 그 시간이 부담 없이 마냥 행복했다.
산소의 그 좋던 잔디밭에 침범한 쑥, 한없이 벋어 들어오는 그들을 오늘 나는 편한 자세로 그들을 공략했다.
남자가 쭈그려 앉아서 호미질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꾀를 냈다.
좀 큰 비닐봉지 속에, 뽑은 잡초를 넣고 묶어서 앉을깨로 삼으니 편히 앉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잔디밭에 침범한 쑥
잔디밭에서 쑥만 솎아내기란 힘이 든다.
잔디밭 속의 쑥을 솎아낸 결과
엄청난 쑥의 번식력
산소는 다른 것 없다고 본다. 자주 오는 수밖에.
산소 관리를 하면서 부산물로 얻은 쑥과 고사리. 일거양득이다.
조기 매운탕과 쑥떡을 기대하는 심정은 행복하다.
버스 시간을 잘못 알아서 버스는 놓쳤지만, 대신에 택시를 탔으니 어려운 아내를 위하여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정성껏 싸온 점심은 산에서 먹으니 그 맛이 꿀맛이었으며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 오늘은 행복했다.
내일도 나는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