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眼鏡)

 

나는 안경을 오래전부터 써서 흔히 말하는 안경잡이다.

나이 많아 노안이 돼서 쓴 게 아니라 아려서부터 주변의 책이나 글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기를 좋아해서인지 눈이 나빠져서이다. 학생 때 해마다 시력을 재는데 해마다 시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뭔가를 열심히 읽는 습관이 붙어서인지 눈을 혹사시킨 게 원인일 거다.

아니 난 원래 왼쪽 눈이 어려서부터 나쁘다. 통신표에 만성 결막염이라고 적히기도 했었는데 어려서 밀짚 지붕의 원두막에 오르내리다 눈알에 박힌 이물질을 꺼내려다 잘못되어 눈을 다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어려서부터 안경을 쓴 게 아니고 오른쪽은 잘 보이니까 공부하는 데는 지장 없어서 그럭저럭 학생 시절을 보내고 중년에 들어서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수술 직후는 좋아지는가 하다가 다시 시력이 떨어져서 안과에서 시력을 재고 처방대로 안경을 맞춰 썼다. 그게 벌써 지금부터 20년이 넘는다.

1999년에 좌안, 2005에 우안 백내장 수술을 했고, 필요할 때마다 시력에 맞는 도수 안경을 쓰고 있다 물론 왼쪽은 오른쪽 알보다 훨씬 두껍다.

 

신원철 님의 수필집 <익숙하고도 소소한 것들> (2019, 글나무) 53쪽에 실린 ’ 안경‘을 읽고 나름의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안경도 오래 쓰면 다른 물건처럼 나사가 빠지고 알이 긁히고 낡게 마련이다.

자기가 늘 쓰던 안경이 정이 들었을 테지만, 필자는 10년 넘게 썼다니 바꿀 때도 됐을 법하다.

안경은 장갑이나 우산처럼 질 잃어버릴 물건은 아니지만, 안경알을 닦는다든지 잠시 벗어놓은 곳이 생각 안 나거나 하면 찾기 마련이다. 손에 쥐고도 찾는 노인들이 있으니까.

필자처럼 부주의로 밟을 수도 있다. 안경이 그리 견고한 물건이 아니므로 자칫 부러지거나 깨질 수 도 있다. 필자는 오래된 안경을 바꿀 때도 됐으니 밟혀 깨진 안경을 이때다 하고 바꾸면 좋을 것 같다. 부인이 다 초점 안경으로 바꾸라는 권유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물건은 오래 쓸수록 애착이 가고 그런 만큼 웬만하면 그냥 쓰고 싶다. 아마 안경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더 썼을지도 모른다,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안경에도 흠집이 나고 덜렁거리고 하면 바꿀 때도 됐다. 안 밟혔더라면 더 사용했을 테지만, 이제 미련 없이 바꿔야 할 것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어려서의 경험담을 썼다.

대목인 백부처럼 목수가 되고 싶었고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극장 간판 그리는 것도 해 보고 싶었던 그는 목수보다는 그래도 공부가 나을 것 같고, 간판 하는 일은 아예 거절당해서 파고든 것이 공부였다는 얘기다.

 

안경은 어려서는 멋있어 보이고 실력 있어 보이고 높은 지위 사람 같아서 쓰고 싶었었는데 막상 안경을 써보니 불편한 데가 여간 아니다. 우선 벗었다 썼다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가끔 교체할 필요가 있고 그보다도 겨울에 입김이 서리는 불편함이 제일 크다. 안경 안 쓰는 또래 동료를 보면 부럽다.

필자는 목수가 될까도 생각했고 간판 그리는 사람 조수가 되려고도 했다지만 모두 접고 공부나 해야겠다고 책을 가까이하다가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나 안경을 쓰고 보니 지적인 면에는 도움이 안 되고 더구나 이효석이나 정지용 같아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안경 안 썼을 때가 좋았다고 한다.

여기서 이효석과 정지용은 어떻게 생겼나?

필자는 왜 안경의 멋을 이 두 사람에서 찾았을까 다른 사람보다도 이 두 사람의 안경이 멋있게 보인 이유가 궁금하다.

 

다음은 필자의 군대에서의 안경 이야기다.

훈련병의 안경은 말썽거리 중의 하나다. 흘리는 땀과 흘러내리는 안경, 짐작이 간다. 또 하나의 추억은 같이 자대 배치받았던 사람이 갖다 준 독일제 안경테 로덴스톡’, 왜 이걸 주고받았나 모르겠다는 추억이야기 속의 로덴스톡은 얼마나 좋은 안경테인지 나는 모른다. 다음 안경테 갈 무렵에 질이나 가격을 물어볼 참이다. 이 수필을 읽으므로 해서 여러 것을 알게 됐다.

아니 필자는 선물 받은 그 좋은 외제 독일제 안경테 안경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술 한 잔 하고 탄 버스에서 잃어버렸다니 이 또한 에피소드 중의 하나다.

또 하나의 추억. 함께 근무하던 병장의 외출 핑곗거리 안경 깨기 부탁으로 그의 멀쩡한 안경을 깨준 사연, 그 속에 파묻힌 채 알려지지 않은 사연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후로 필자는 현재 나이 들어 편한 다초점 안경을 썼는지 만나면 그것부터 묻고 싶다.

안경잡이의 겨울은 괴롭다. 입김으로 흐려진 안경알은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안경점에서 안경알 닦는 헝겊도 효과가 없고 시중에서 파는 입김 서림 방지액도 잘 안 듣는다. 입김서림을 방지하는 좋은 물건이나 방도는 없는 것인가?

 

안경은 앞이 잘 보이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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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 수필집 <익숙하고도 소소한 것들> 49쪽부터 실린 수필 이름 '맹꽁이'다.

▲신원철 수필집 <익숙하고도 소소한 것들> 중 '맹꽁이'

 

신원철 수필가는 맹꽁이에 대하여 세세하게 관찰하고 설명한 내용들을

추억과 함께 요약하여 썼다.

 

맹꽁이는 장마철에 웅덩이이나 뒷간 잡초 우거진 곳, 바깥마당 오줌통 근처에서 울었다.

장마철에만 시끄런 맹꽁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맹꽁이는 '아둔한 사람, 또는 야무지지 못하고 좀 답답한 사람을 조롱하여 이르는 의미'로 

뻔히 손해 볼 것 알면서도 고집 피울 때, 별 것 아닌 걸로 토라져 있을 때, 남들 다하는 일에 낭패 봤을 때, 부모님 허락을 받을 때 너무 솔직하여 허락 못 받을 때 누나로부터 코 잡히면서 맹꽁이 소리를 들었다.

맹꽁이는 "아둔하고 야물지 못하고 답답한 사람"을 부르는 말이란다.

또 맹자와 공자만 찾으며 세상 물정을 몰랐던 옛날 선비들을 사람들이 비웃으며 한 말에서 유래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단다.

전에는 그래도 장마철에 자주 볼 수  있었던 그 맹꽁이가 지금은 보기 힘들어졌는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라니 아무리 답답하고 멍청해도 아껴 살펴서

주변 다른 생물도 함께 보전할 수 있는 깃대종임을 알고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필자가 전 근무지 부근 공터에서 울던 맹꽁이를 생각하여 쓴 글로  요즈음 흔히 볼 수 없는 맹꽁이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이다.

 

이 기회에 맹꽁이에 대하여 검색을 해보니

맹과 꽁을 한 마리가 소리 내는 것이 아니고 수컷 맹꽁이가 각각 높낮이가 다르게 맹과 꽁을 번갈아가며 내는 것이란다.

맹꽁이 소리는 수컷만이 내고 맹꽁이는 개구리처럼 물갈퀴가 없다고 한다.

 

덕분에 맹꽁이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깃대종이란?

'어느 지역의 생태나 지리적 특성을 대표하는 동식물의 종(種)'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요즈음 개구리도 드문데 두꺼비나 맹꽁이는 더더욱 보기 힘들다.

맹꽁맹꽁 울던 옛날 전장철의 맹꽁이가 보고 싶어 지는 건 왜일까?

 

요즈음 젊은이들도 생소한 맹꽁이를 소재로 글을 쓴 걸 보면 지은이도 나이가 좀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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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하겠지'는

신원철 수필집 <익숙하고도 소소한 것들> (글나무 펴냄) 1부 '요후경'의 일곱 번째 글 제목이다.

 

수필집 41쪽부터 44쪽까지인데

전체적으로 이 글의 내용은

서둘러서 도와줄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내용이다.

 

때가 되면 제가 알아서 잘할 것이므로 조바심 내서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다,

어린아이의 계단 오르기를 안쓰럽다고 어른이 도와주지 말고

번데기에서 나오려는 나비를 입김을 불어넣어서 도와주면

스스로 깨어 나오는 과정이 무시되어 나비에게 해롭다면서

"세상 이치가 서둘러서 좋은 게 아니다"

"성숙할 때까지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부모나 교사가 가져야 할 덕목은 기다림이다"

이런 뜻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려면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의 뜻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못 믿어서 조금이라도 딴짓을 못 하게 채근하는 부모들의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해로우니 

앞에서 든 예화처럼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부모가 되라는 뜻 같다.

 

결국은 알아서 할 텐데 뭘 그리 이래라저래라 하나?

 

그렇다고 무관심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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