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미소/잔잔한미소

도담이방

ih2oo 2008. 6. 22. 19:49

2008년 6월 21일 토요일 서울 남부터미널

 

09:30 공주고속 버스의 맨 앞 자리인 3번 좌석에 앉아서

무심코 본

「매표소, 도담이방」이란 표지판.

 

버스가 출발하는 곳에서의 표시이니까 표를사는 곳인「매표소」는 알겠는데

「도담이방」은 처음 보는 것이라서

수첩에 적고서는 집에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남부터미널에서

버스터미널업계 최초로

고객의 명칭공모로『도담이방』이라는 모유수유실

자율적으로 설치하여

보건복지부 정부시책과 엄마와 아기의 행복한 공간을 마련하여

운영 중에 있다는 내용을 알게 되다.

  http://www.nambuterminal.co.kr

 서울남부터미널의 공지사항 참조

 

아무래도 매주 공주에서 서울을 오르내리면서

우면동 관문사의 서울금강불교대학 불교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

시간에 쫒기는 편이 많은데

줄 서서 차표를 끊는 일도 어려운 일.

 

이젠

아직은 그리 정착이 덜 된 무인발권기를 이용하여 발권을 하니

나로서는 이 무인발권기가 여간 편리한 지 모른다.

 

한 편으로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모두 기계한테 뺏긴다는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도담이방에 대한 사연을 하나 더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의 작은 일이라도 남을 위한 배려를 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도담이방

 

 

http://dh8080.egloos.com/3006021

                                                                   

500여명에 달하는 여직원이 근무하는 우리 회사에는

<도담이방> 이라는공간이 있다.

그 곳은 여자휴게실 입구옆 격리된 작은 방인데,

따뜻한 조명에 1인용 쇼파하나 미니 냉장고 이렇게 옵션이 있다.

(무척 VIP 분위기)

입사한지 1년이 다 되도록 나는 용도를 모른채 궁금해했었다

 " 뒈체! 도담이가 누구야!!!!!!"

그러던 얼마전,

사용하지 말아야할 직원들의 훼손으로 더러워진

도담이방을 보고는 화가나신 지배인님이 전체 아침 미팅시간에

모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때 난 처음으로 도담이방 존재의 이유를 알게되었다.

미혼도 기혼도 학부형도 많은 우리 회사에서 편의를위해 만든

엄마들의 유축실이었던 것이다.

다시말해,아이를 출산한지 얼마안된 엄마들이 일하는 동안 샘솟는

모유를 유축기로 모아서 작은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퇴근할때 집으로 가져갈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었다.

그런 신성한곳을 결혼도 안한 아가씨들이 망아지마냥

함부로 들락거렸으니 절실한 사람들은 얼마나 노했을까

그날 미팅때 지배인님은 어느 코너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도담이방을 이용하고 있는 한 직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직원은 첫아이를 출산한 맞벌이 부부였다.

부부가 일을하는 동안에 맘편히 아이를 맡길 때가 마땅찮았던 부부는

대구에 있는 시댁에 아이를 맡기고 주말마다 오가며 지낸다고 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엄마인 그 직원은 모유가 너무 먹이고파

매일같이 도담이방에서 유축해 놓은 모유병을 들고는

퇴근하는길에 강남고속터미널로 달려가 대구행 버스를 타는

승객 '아무나'를 붙들고 모유병을 맡긴다고 한다.

그러면 대구터미널의 시아버지도 매일같이 도착하는 버스를 기다려

그 승객에게 모유를 받아오는 것이다.

그이야기를 들은 직원 모두는

잠이 덜깬 아침 미팅시간에 냄비뚜껑으로 머리를 한대 더 맞은듯

멍- 해져 짧은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몇번이고 허리를 숙이며

매일같이 간곡한 부탁을 하는 두사람을 생각하니

엄마란 존재에 새삼 숙연해 졌다.

그날 이후 휴게실옆 작은 공간 도담이방은

고객 VIP룸보다도 깨끗하고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라고 근거없이 바람직하고 뻔하게 이글을 끝내 본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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