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일, 정안천 연못가 앵두나무에 앵두가 없다.
지금 한창 익어갈 때인데 오늘 둘러본 연못가 앵두나무에는 앵두 한 알도 안 보인다. 짐승들이 따 먹었나, 지나는 사람들이 따 먹었나 한 알도 보이지 않으니 참 신기하다. 샅샅이 살펴봐도 이 나무 저 나무 이곳저곳 살펴도 앵두는 없다. 푸른 앵두잎만 무성하다.
앵두 맛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앵두 같은 입술을 연상하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붉은 앵두알이 작지만, 탐스러워서 오래 보고 싶었는데 앵두를 볼 수 없게 되니 좀 서운한 감정이다.
다행히 사람 발길이 잘 안 닿는 곳의 앵두나무 한 그루에서 손 닿는 곳은 앵두가 없지만, 좀 높은 곳의 앵두는 그대로 달려 있다. 사진으로 담고 자리를 뜨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느 남녀 두 사람이 나타나서 앵두가 매달린 가지를 휘어잡아 앵두를 딴다. 내 것도 아닌데 왜 따느냐 시비 붙을 수도 없고 따지 말라고 말릴 수도 없는 일이라 그냥 두고 돌아섰는데 누가 따갈까 봐 두 사람이 달려들어 따는 모습으로 보아 금방 다 딸 것 같았다. 미끈하게 생긴 두 남녀의 모습이 오래 아른 거렸다.
"앵두 좋아하시나 봐요? 다른 사람도 앵두 매달린 것을 좋아할 겁니다. 다 따버리면 아주 없어지니 서운하지 않을까요? 좀 남겨 두는 여유도 좋지 않을까요?" 그분들에게 이런 말할 용기도 없었지만, 내가 만약에 그들에게 이런 말을 했더라면 그 반응이 어땠을까 궁금하다.
오늘 다 못 따면 내 일이라도 이 사람들은 와서 다 딸 것 같다.
보는 게 임자다. 맡는 게 인자다. 아니다 따 먹는 놈이 임자다. 어디서 들은 소리다.
정안천 연못가 앵두나무의 앵두는 아마 내일까지 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내년에 푸른 앵두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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