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1일 수요일, 아침 날씨가 흐리다. 간간이 가랑비가 내리는데 그래도 나는 우산 없이 집을 나서 걷는다. 이렇게 성한 다리로 천천히나마 길을 걷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신관동 도로 옆 인도를 걸으며 보니 찻길이 출근과 등하굣길 차들로 길이 막혔다. 신호 받아 움직이는 차들의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 제2 금강교가 절실하게 필요한 공주다. 금강교가 일방통행으로 원활한 소통이 안 되니 전막 회전교차로 가기 전 코아루 아파트 옆길부터 이렇게 막히는 상황이다. 이런 교통 혼잡 시간에 고생 않는 나는 행복하다.
걸을 수 있는 나는 행복하다.
복지관까지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시내버스를 탄다. 도중에 타는 사람에게 편한 자리를 양보할 수 있어서 마음이 행복하다. 뒷자리로 가는 나에게 옆에 앉으라는 분이 있어서 또 행복하다.
비 오는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는 나는 행복하다. 먼지가 비에 씻겨서 산뜻하고 축축하게 젖은 나무 밑 길이 깨끗해서 걷는 발길이 너무 좋다.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맞지만, 맞아도 그냥 그런대로 나는 걷는다.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우산 쓰고 앞서가는 사람 뒤를 따라가는 나는 여유롭다.
어제 여러 사람이 애써 만든 층계다. 탁구체육관에서 메타세쿼이아 길로 오르는 길이 위험했었는데 이렇게 돌층계를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오르내리기가 얼마나 편할까 생각하니 수고하신 여러분이 고맙다. 다행스럽다. 우리가 걷는 길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메타세쿼이아 길 양쪽 가에 심은 맥문동 모습이다. 맥문동은 보이지 않고 그 사이에서 자라는 잡초들이 보기 안 좋다. 모든 농작물은 심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심은 것이 자라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 더러는 시비도 해야 한다. 애써 심은 맥문동이 잡초에 치어 자라지 못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안 좋다. '심어 가꾼다'란 말을 생각한다.
심은 뒤에 잘 가꾸어야 한다.
의당면 메타세쿼이아 길이 끝나면 주차장이다. 이 주차장 부근 연못에는 지금 연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어제보다도 더 많이 더 활짝 핀 것 같다. 가까이서 멀리서 여러 각도로 연꽃과 꽃봉오리를 핸드폰으로 담았다. 이런 예쁜 꽃을 피운 이곳에 사람이 많이 올 시간인데 비 때문에 오늘은 우산 쓴 한 사람만 보인다. 저 사람도 나처럼 혼자 이곳을 즐기는 것 같다.
비 오는 연못에서 우산 쓰고 사진 찍는 저 사람도 멋진 사람이다.
연못 건너 냇물 쪽을 걷다 보니 미루나무 큰 덩치가 연륜 짙음을 자랑한다. 자세히 보니 송충이 한 마리가 붙어있다. 여러분 눈에 송충이가 보이나요? 누구나 찾기 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 여기를 저렇게 기어오르나? 살아있는 생물의 생존의식을 생각한다.
냇물을 보니 전처럼 유유하게 흐른다. 다만, 전에 많은 물새들이 모여 놀던 그곳을 보니 지금은 한 마리의 새도 보이지 않고 풀만 무성한 섬만 보인다.
자연도 때가 있다. 때가 되면 돌아갔던 새들이 또다시 오겠지.
이제 다시 메타세쿼이아 언덕길로 오른다. 오르면서 보니 여기 있던 두 개의 그네가 없다. 있던 것이 없으니 허전하다. 가끔 그 그네를 타고 발 운동도 했었는데. 어디 위험한 데가 있어서 제거했나 궁금하다.
더 좋은 안전한 그네가 이곳에 다시 설치되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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