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 추운 겨울 아침 단단한 차림으로 정안천 연못 산책길을 걸었다. 날마다 하던 대로.길은 판판하게 잘 다듬어지고 낙엽하나 없는 깨끗한 길이어서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오늘도 휴지나 돌, 나뭇가지 하나 없는 길을 걷는데 길바닥에 허연 불규칙한 무늬가 보인다. 이건 틀림없이 물새의 배설물 같다. 날아가면인지 걸어가면서인지는 모르지만, 틀림없이 물새가 삼킨 먹이가 배설물로 나온 흔적이다. 길바닥에 싸 놓은 배설물이 틀림없다. 새들이 예의를 알겠나? 공중도덕을 지키겠나? 말끔한 길마닥에 허옇게 싸 놓은 그 자취가 좀 지저분하지만, 그들을 이해한다. 급해서 갑자기 남긴 그들의 흔적을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야지. 백범 김구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서산대사의 선시(禪詩)가 생각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