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분실 사건
2017년 1월 6일
공주 종합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 51분 발 서대전행 시외버스를 타게 됐다.
터미널에서 더 일찍 떠나는 7시 40분 버스도 있었지만, 그 버스는 산성동을 경유하는 버스라
유성을 직접 가는 버스를 타려고 조금 더 기다려서 이 버스에 올랐다.
버스 기사는 대부분 오르는 손님으로부터 버스표를 받는데 이 버스는
떠나기 직전에 기사가 손님의 표를 일제히 걷는 것이었다.
나는 버스의 맨 앞에 좌석벨트를 매고 앉았다가
“기사님, 충대 정문 갑니까?” 물으니
내가 탄 버스 기사님,
“예, 갑니다.” 친절하게 덧붙여 알려 준다.
“오전 열 시까지는 충대 정문을 경유합니다.”
기사님 복장을 보니 모범운전자 복장이다.
모범운전 기사님이라 더 친절한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공주에서 출발한 버스가 충대 정문 앞 정류장에 도착한 것은 8시 10분쯤이었나, 버스에서 내린 나는,
순간 호주머니가 허전했다. 아차 핸드폰을 버스에 놓고 그냥 내린 것이다. 참으로 황당했다.
어, 어 하면서 떠나는 버스를 좇으려 해도 저만치 달려가는 버스를 따를 수는 없었다,
버스를 좇아가야 핸드폰을 찾을 수 있는데…. 택시를 잡으려 해도 그 많은 택시도 하나 눈에 안 띄고 몸은 닳고, 다급한 나는 언뜻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 같은 분에게 사정을 대충 이야기하고
핸드폰을 빌려서 버스 안의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 받았으면 했는데 통화 할 수 없다는 말만 들린다.
처음 보는 사람이 전화를 빌려달란다고 선뜻 내놓는 사람이 있는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맛 난다는 생각이다.
정신을 억지로 차려 다시 다른 사람의 전화기를 빌려 이번에는 집으로 전화를 걸어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서부터미널로 전화해서 공주서 출발한 버스를 찾아 연락하라고 했지만,
나는, 연락 도구가 없으니 그 처리 결과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핸드폰을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새것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든 신용카드며 약간의 현금을 생각하니
더욱 몸이 달았다.
내 몸에는 현금도 연락받을 도구도 없으니 나의 위치조차도 알릴 수 없는 처지이니
이렇게 답답한 처지를 당하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찬찬하게 앉았던 자리를 돌아보지 못하고 급히 버스에서 내린 것이 여간 후회스러운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는데 마침, 내 눈에 경찰차 한 대가 보이는 것이다.
경찰차가 어느 매장 앞으로 천천히 와서 서길래 황급히 뛰어가 경찰관에게
나는 반사적으로 그 경찰에게 매달리다시피 부탁했다.
경찰은 마침 그 근처의 어떤 분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었다.
두 명 중 한 분이 친절히도 자기 핸드폰으로 이리저리 전화하더니 서대전 버스터미널의
삼흥 고속버스 전화를 알 수 없다고 내게 핸드폰을 전해 준다.
나는 공주 삼흥고속 분실물 센터의 안내로 삼흥고속 2312호 버스 기사님 전화를 알아 전화할 수 있었다..
바쁜 업무 중에도 전화를 빌려주고 찾는 데 도움을 준 그 경찰관은 유성경찰서 소속으로 경찰차 번호를 보니 25거 0447였다.
그 사이 집에서 버스 기사님과의 통화로 핸드폰이 잘 있고 공주 터미널로 갖다 놓을 테니 찾아가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병원 정기 검진받으러 가던 길에 이렇게 핸드폰 분실 사고가 난 것이었다.
경찰관의 도움으로 집으로 전화해서 내가 있는 충대 정문 앞 시내버스 정류장 부근으로 딸을 오래서 볼 일을 다 보고 공주에서 전화기를 무사히 찾았다.
핸드폰을 분실해서 찾기까지 4시간이다.
충대 정문 시내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낯 모를 사람에게 기꺼이 핸드폰을 빌려준 분과 유성경찰서 소속 경찰관에게 정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세상이 살기 어렵다 해도 아직은 착한 사람이 더 많아서 그래도 살맛 나는 세상인 것 같다.
이번 핸드폰 분실 사건을 계기로 느낀 점은,
한 마디로 뒤를 돌아보며 살자는 것이다.
첫째, 좀 더 찬찬하고 주위를 유심히 살피자.
이번 버스가 출발한 시간을 잘 기억하고 있었고, 기사 복장을 유심히 보아서 모범운전 기사임을 안 것이 핸드폰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둘째,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자.
핸드폰을 놓고 내린 버스 번호판을 보고 빨리 적을 수 있었던 것은 수중에 볼펜과 수첩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빨리 번호를 보고 적었기 때문에 도움이 됐다. 늘 적을 수 있는 용구를 몸에 지녀야겠다.
셋째, 좀 더 여유롭게 살자.
산에 오를 때 올라간 뒤를 쳐다보듯이 내가 앉았던 자리, 내가 탔던 자리 등, 내가 머물었던 자리를 돌아보고 내 물건을 잘 챙기는 여유를 갖자는 것이다. 버스에서 내릴 때 뒤를 한 번만이라도 쳐다봤더라면 분실 사건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살자.
나에게 핸드폰을 빌려준 사람과 나를 도와준 경찰관과 핸드폰을 보관했다 돌려준 버스 기사님에게 물적 보답은 못 했어도 고맙다는 인사 전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의 사건을 계기로 좀 더 찬찬하고 차분하게 생활하자는 다짐과 함께 나도 남을 위해 봉사하고 남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폭넓은 아량으로 살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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