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생활기록

비벼 잡숴

ih2oo 2016. 4. 8. 13:53

2016년 4월 8일 금요일




“비벼 잡숴”


아내가 나에게 한 말이다.

아니, 한 말이 아니라 쓴 글이다.


9시부터 12시까지 쇠스랑으로 틈새밭을 파 엎고 집에 들어오니

식탁위 소쿠리에 쓰인 쪽지의 글이다.


열어보니 비빔밥 재료를 만들어 놓고 나보고 비벼먹으라는 전달문이다.


틈새밭에 땀 흘리며 쇠스랑질하는데 땀 닦을 수건과 맥주 한 캔과 마른안주 갖다 달라는 주문에 갖다 주고는

부근의 돌나물과 씀바귀 방풍 등 푸성귀를 뜯는 것 같더니

어느새 집에 와서 비빔밥 준비를 해 놓고 사라진 거다.

전화 걸어보니 버스 타고 장기가서 동생 차로 장기 밭에 갔으니 비벼 잡수란다.


비빔밥에는 달걀 프라이가 필요하다고 말하니 직접 해 보란다.

전에 후라이 하는 걸 본 기억을 되살려 프라이팬에 식용유 조금 두르고 약한 불로 데운 후 달걀 한 개 깨넣고 반숙 상태를 보아 불을 끄니 제법 멋진 반숙이 됐다.

내 생전 처음 해본 후라이지만 성공이다.

모양은 별로지만, 비빔밥에 떨어 넣을 후라이 치고는 맛있게 잘 됐다.

나중에도 먹고 싶으면 나 스스로 또 해 볼 참이다.


밥솥을 열고 주걱으로 먹을 만큼 밥을 덜어 넣고 비비니 푸성귀와 어울린 고추장이 맛있다.

우리 집 고추장이 이렇게 좋던가, 맛이 그만이다. 다만 좀 짠 것이 흠인데 후라이를 한 개 더 하려 보니 후라이팬을 아까 물속에 넣어버려서

불가능하고 밥을 더 넣으려니 양이 많을 것 같아 짠 대로 그냥 맥주를 곁들였더니 제법 맛있는 점심이 됐다.

맥주 한 캔이 짠 음식을 조절하는 도구로도 쓴 셈이다.


맥주 한 캔의 양은 355ml

달걀 한 개의 무게는 65g

맥주 먹고 달걀 먹고 공부하고.


맥주 캔에 쓰인 글 중에

‘지나친 음주는 간 경화나 간암을 일으키며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금지 표시가 되어 있다.


나는 맥주 캔에 ‘땀 흘려 일할 때 시원한 맥주 한 캔은 피로 회복제이며 힘의 활성제일 수도 있고 사회성의 촉진제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글귀도 써넣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비벼 잡숴”


맞춤법도 정확하고 정감 어린 비벼 잡수란 말이 좋아서

비벼 먹으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느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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