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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의 사슴

ih2oo 2017. 10. 19. 17:56

2017년 10월 19일 목요일


공주시복지시설사업소 1층 남자 화장실에서 본 시 구절을 보고

문득 머릿속에 스쳐 가는 생각을 얼른 적는다.


시를 읽어보니 노천명의 ‘사슴’이다.

이 시가 유명한 시라서 교과서에도 실렸던 것 같고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은 좋은 시로 알고 있다.


여기서 좋은 시라고 했는데 좋은 시가 어떤 시라고 나는 단정 지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내용이 긴 시는 나는 좋아하지 않으니까

짧아서 읽기 쉽고 알기 쉽게 쓴 것을 좋아하는 나다.


나의 고등학교 동기생인 나태주 시인의 풀꽃 같은 시가 나는 좋지만,

노천명의 사슴도 모가지라는 말이 재미있고 시의 처음 부분에 나와서 나는 재미있어하는 시다.


귀에 익은 시구가 어떤 때는 가물가물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만나서 읽으면

다시 이 시가 다시 마음속에 되살아나기도 한다.


모가기작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고 노래한 걸 여러 번 읽어도 잘 모르겠다.

또 높은 족속이란 말도 재미있다.

높은 족속이란 귀하디귀한 지위가 높은 지위를 이렇게 표현한 것 같은데

높은 족속은 관이 크고 훌륭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속은 하나의 거울이다.

과거를 뒤돌아보듯 물속에 비친 뿔을

과거의 찬란했던, 한참 잘나가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그린 것 같다는 나름의 해석을 한다,

한참 잘 나가던 과거를 생각해도 쓸모없는 옛날이니

과거를 잊어버리고자 체념하면서

허공을 바라보는 등치 큰 사슴을 생각한다.


그러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니.

그러면 목이 짧은 돼지는 행복할까.


오늘, 화장실 벽에 붙은 시구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나름대로 해 봤다.


참, 퀴즈 하나를 이렇게 내면 어떨까.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 말이 없구나」에서

(  )속에 들어갈 말은 다음 세 가지 중 맞는 말은?

1체, 2편, 3듯,



사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 본다
 





▲노천명의 사슴 (어느 화장실 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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