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9일
아침 일찍 아내와 집에서 산책을 나섰다.
삼락 봉사활동이 11시부터니까 그전에
정안천 냇둑을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집 옆 언덕길을 오르는데 힘이 든다.
7시 30분, 아침이고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서 덥지는 않지만,
대퇴 근육이 빠져서인지 아내도 힘든 모양이다.
지그재그로 걸으면 낫다면서 걷는 아내를 따라 나도 그랬더니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고개 정상을 오르니 벌써 산책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넘어온다.
아마 아침도 안 먹고 갔다 오는 모양이다.
언덕을 내려가는 길 가운데는 가마니를 깔아서 괜찮은데
그 양 옆은 어제 온 비로 흙길이 좀 파였다.
그래서 가마니 같은 소재의 것을 깔았나 보다.
해병대 사무소 앞 의당으로 통하는 도로를 조심스레 건너서
둑 오름길 계단을 오르면서 길가 메타세쿼이아를 보니
어제 맞은 빗방울이 영롱하다.
정안천 둑길의 비 맞은 싱그러운 메타세쿼이아가
녹색을 투사하여 나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주차장 길로 돌아 내려오면서 버드나무를 쳐다보다.
또 생각이 난다.
버드나무만 보면 생각나는 시구다.
상촌(象村)은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나오는 버드나무의 생명력과 근기를 노래했는데
유경백멸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가 그것이다.
위 글은
아래 시의 마지막 구로 모두를 가끔 외워 본다.
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梅香)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그 가락을 지니고 있고
매화는 한평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 일그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돋는다.
이 시를 지은이는 신흠인데
신흠(申欽)은 1566(명종 21)~1628(인조 6)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송강 정철, 노계 박인로, 고산 윤도와 더불어
조선시대 4대 문장가였다고.
정안천 산책로를 걸을 때마다 버드나무를 만나는데
그때마다 유경백별우신지가 거침없이 내 입에서 나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를 암만 괴롭혀도 나는 다시 일어선다.
나는 그렇게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
나는 근기가 있다.
끈질기다.
나의 집념은 아무도 나를 함부로 못한다.
공주향교 오병일 전교 댁 기둥에서 본
이 주련의 글을 처음 본 게 작년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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