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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잔잔한미소/사람들

by ih2oo 2022. 7. 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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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19일

 

아침 일찍 아내와 집에서 산책을 나섰다.

 

삼락 봉사활동이 11시부터니까 그전에

정안천 냇둑을 걸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집 옆 언덕길을 오르는데 힘이 든다.

7시 30분, 아침이고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서 덥지는 않지만,

대퇴 근육이 빠져서인지 아내도 힘든 모양이다.

지그재그로 걸으면 낫다면서 걷는 아내를 따라 나도 그랬더니

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고개 정상을 오르니 벌써 산책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넘어온다.

아마 아침도 안 먹고 갔다 오는 모양이다.

 

언덕을 내려가는 길 가운데는 가마니를 깔아서 괜찮은데 

그 양 옆은 어제 온 비로 흙길이 좀 파였다.

그래서 가마니 같은 소재의 것을 깔았나 보다.

 

해병대 사무소 앞 의당으로 통하는 도로를 조심스레 건너서

둑 오름길 계단을 오르면서 길가 메타세쿼이아를 보니

어제 맞은 빗방울이 영롱하다.

 

정안천 둑길의 비 맞은 싱그러운 메타세쿼이아가 

녹색을 투사하여 나의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주차장 길로 돌아 내려오면서 버드나무를 쳐다보다.

또 생각이 난다.

버드나무만 보면 생각나는 시구다.

 

상촌(象村)은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나오는 버드나무의 생명력과 근기를 노래했는데

유경백멸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가 그것이다.

 

위 글은 

아래 시의 마지막 구로 모두를 가끔 외워 본다.

동천년노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梅香)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그 가락을 지니고 있고

매화는 한평생을 추위 속에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 일그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새 가지가 돋는다.

 

이 시를 지은이는 신흠인데

신흠(申欽)은 1566(명종 21)~1628(인조 6)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송강 정철, 노계 박인로, 고산 윤도와 더불어 

조선시대 4대 문장가였다고.

 

정안천 산책로를 걸을 때마다 버드나무를 만나는데

그때마다 유경백별우신지가 거침없이 내 입에서 나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를 암만 괴롭혀도 나는 다시 일어선다.

나는 그렇게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

나는 근기가 있다.

끈질기다.

나의 집념은 아무도 나를 함부로 못한다.

 

공주향교 오병일 전교 댁 기둥에서 본

이 주련의 글을 처음 본 게 작년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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