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천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

2023년 2월 8일 수요일

정안천의 겨울 철새, 오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이 정답고, 물 위에서 한 쌍의 오리가 헤엄치는 모습이 멋져 보이는 오늘입니다. 가끔 젊은 연인인 듯 두 남녀가 손 잡고 걷는 모습도 보기도 하지만, 흔히 볼 수 없지요. 자주 보는 것은 친구끼리 담소 나누며 걷는 모습입니다. 정안천 산책길에서 두 손 잡은 젊은이도 드뭅니다. 휴일이 아닌 평일에 젊은 부부가 산책길을 걷는 모습은 더구나 보기 힘들지요. 그러나 오늘 함께 걷는 부부를 보았습니다. 젊은 부부도 아니고 노 부부입니다. 젊은이처럼 손잡고 걷거나 아주 가까이 걷는 건 아니지만,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하도 정다워 보여서 두 분이 천천히 걷는 속도를 맞춰서 나도 천천히 뒤 따르며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걷는 두 분이 누군지 알 필요도 없고 두 분에게 사진 찍는 것 알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나는 꾸준히 두 분의 뒤를 따를 뿐이었습니다.

드디어는 내가 두 분을 앞질렀지요. 앞서서 걸으면서도 사진 촬영에 대한 언질도 없었고 그 기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내 갈 길을 가면서 뒤 따르는 두 분의 멀찍하게 앞서서 걸어오는 두 분의 정다운 모습을 가끔씩 보면서 걸었습니다.

멋진 노부부의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여간해서 부부가, 그것도 노 부부가 함께 산책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오늘 멋진 모습을 본 것입니다. 지금까지 금슬 좋게 살아오신 것처럼 늘 언제나 지금처럼 함께 하시면서 백년해로하실 거라 믿습니다. 오랜만에 정안천 산책길에서 노 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아 나도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