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9일
정안천 연못에서 사라져 가는 영광의 흔적들, 갈색으로 저무는 연잎들이다. 한여름 무성했던 잎이 있었기에 꽃을 피울 수 있었고 녹색 왕성함 때문에 꽉 차고 힘 있어 보였던 연못이 될 수 있었다. 위대한 힘이 지금은 사라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파랗게 젊고 왕성한 잎이 있지만, 그 사이사이로 처량하게 늙어가는 연잎이 보인다. 군데군데 구멍 뚫린 넓은 잎 가운데가 뻥하여 허전하다.
자랑스러운 연잎을 다시 생각한다.
어려서 굳건하게 자라서 넓은 표면으로 흡수한 양분으로 연꽃을 피웠고 이제 생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이 아쉬운 것 같아 보인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그렇다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 아직 버틸 힘이 남아 있다. 끝까지 버티자. 지금 피고 있는 꽃들이 져서 하나둘씩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지금 숭숭 뚫린 잎 가운데가 보기 싫지만, 아직도 서 있을 힘이 남아 있다. 여름 내내 수고한 연잎의 위대한 업적을 생각하며 사라짐을 아쉬워한다. 이별은 슬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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