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미소/잔잔한미소

금계국이 지면

ih2oo 2024. 7. 19. 16:00

2024년 7월 19일
연못가 메타세쿼이아길에서 이어지는 청룡리 둑길을 걷다 보면 꽃길이 꽃길이 아니다.
그 환하던 금계국 노란 물결이 다 갔다. 이제 꽃이 진다.
무슨 꽃이나 거의 그렇듯이 지는 꽃 치고 예쁘게 보이는 게 없다. 금계국 꽃도 지는  모습이 말이 아니다. 시커먼 몰골로 보기 흉하게 지고 있다. 
꽃은 피기 전 꽃봉오리와 막 피려는 모양이 보기 좋고 활짝 핀 꽃을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이렇게 지는 꽃은 보기 흉하다. 사람이 늙어가는 모습 같다. 멋지게 늙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도 늙을 땐 거의 다 추해 보인다. 젊을 때가 좋다. 사실이 그런 걸 어쩌랴?

까맣게 씨가 맺힌 금계국 모양이 이제 내 뒷 생애를 위하여 기꺼이 사라진다는 뜻 같아 보인다.

오래도 폈던 금계국인데 이렇다. 하기는 아직도 노란 꽃송이가 뒤늦은 자태를 돋보이는 것도 보이는데 지는 꽃 속에 더 애착이 간다.

코스모스 꽃도 금계국과 다를 바 없다. 찬란했던 과거를 생각하면서 조용히 사라지는 꽃들이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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