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생활기록

벌초

ih2oo 2024. 9. 1. 16:08

2024년 9월 1일 일요일

매년 이맘때 부모님 산소 잡초를 깎고 다듬는 일을 어김없이 한다. 올해도 예정된 날에 안전하게 잘 이루었다. 며칠 전에 세종시 매제들과 약속한 날, 올해의 금초 작업 일정에 맞춰 오늘 8명이 함께 잘 마무리했다. 폭염이 계속되던 날도 오늘은 주춤하고 간간이 구름이 해를 가리어 그늘을 만들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작업하기 좋은 날이었다. 

여동생 셋과 세종 수원 매제 둘, 그리고 우리 내외와 큰 아들, 모두 8명이 참여했고 예취기는 세종 매제가 돌리고 큰 수목 캐기는 수원 매제가, 깎은 잔디 갈퀴질은 세 여동생과 아들이 번갈아가며 땀을 흘렸다. 모두 부모님 유택을 깔끔하게 다듬고 청소하는 일에 열심인 모두가 고마웠다. 올해 동참은 못했지만, 제물과 중식비를 보내준 서울 동생의 도움에 고마움을 또한 느낀다.

▲공주 우금티커널

 

금초라는 말로 알고 어려서부터 조상님 산소를 찾아다니며 낫으로 풀 깎는 일을 해왔던 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고조부모, 증조부모 산소를 당숙님과 아버님 따라다닌 게 국민학교 시절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마다 으레 수촌 당고모님 댁에서 점심 신세를 졌던 생각, 먼 길이지만, 당시는 피곤을 몰랐던 나였는데 지금은 산소까지 오르내리기도 어려운 건 세월 탓인 거 같다.

어려서부터 조상님 산소 금초날은 음력 8월 초하루가 지난 첫 일요일로 정해져 있었다. 올해는 9월 8일이지만, 사정상 9월 1일에 금초를 했다. 어려서부터 산소 풀 깎는 작업을 금초, 금초라 해서 그게 금초인줄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벌초라는 말을 알게 되어 금초와 벌초가 어떻게 다른지 그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니 아래와 같다. 둘 다 산소 잡초를 베고 잘 가꾼다는 의미는 같다. 

남들은 봉안당을 만들기도 하고 묘소 앞에 석물을 세워서 잘 꾸미기도 하는데 나의 부모님 산소는 비석도 동자석도 둘레석도 상도 없는 오로지 잔디만 있는 산소다. 그러나 비교적 유택 봉분도 크고 터도  넓은 편이다. 유택을 만들 때 수원 동생의 힘으로 스님께서 좌향을 잡으셨고 대전 매제 힘으로 좋은 잔디로 멋지게 덮을 수 있었던 것이다. 모두 동생들 덕분이라 지금도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 부모님 산소를 깨끗하게 다듬고 가꾸는 일에 동참한 여러 사람과 함께 오늘 점심은 주봉마을우렁촌에서 우렁쌈밥을 먹었다. 점심이 이른 11시 반 정도인데도 오늘 벌초한 사람들인지 식당 안은 손님들로 대 만원이어서 순번을 기다렸다가 8명 자리를 안내받았다.

식당도 잘 되는 집은 이렇게 잘 된다.

오늘의 부모님 산소 벌초로 마음이 평온해진 것은 부모님 유택이 지저분한 잡초를 말끔히 자르고 다듬은 결과 깨끗해져서 이다. 앞으로도 평안하게 우리 자손들을 잘 보살펴 주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절을 했다.

이참에 벌초와 금초에 대하여 알아본 결과이다. 앞으로 음력 7월 말쯤에 하는 산소 풀 깎는 일을 벌초라는 이름으로 할 것이다. 하기는 금초면 어떻고 벌초면 어떤가, 산소 관리하는 데 정성이면 될 것이다.

금초(禁草)'는 '금화벌초(禁火伐草)'의 준말로서, 무덤에 불조심하고 때맞추어 풀을 베어 잔디를 잘 가꾼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고, '벌초(伐草)'는 무덤의 풀을 깎아 깨끗이 한다는 뜻으로 나타내는 말이며 '사초(莎草)'는 오래되거나 허물어진 무덤에 때를 입히어 잘 다듬는 일을 이르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음력 7월 하순경에 산소의 풀을 깎고 깨끗이 손질하는 일은 '벌초'라고 하는 것이 알맞은 표현입니다. 그런데 중부 지방에서는 '금초'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이란 속담을 "처삼촌 뫼에 금초 하듯"으로 표현하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혹 양반 계층에서는 통속적인 용어 '벌초'를 기피하려고 한 경향 때문에 그리된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무튼 그 뜻으로 본다면 추석 전(장마철 끝난 뒤)에 무덤의 풀을 깎는 일은 '벌초'로, 한식(寒食) 때 하는 벌초는 '금초'로 표현할 만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덤에 불조심을 한다는 뜻은 거의 인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구태여 두 단어를 구별해서 쓸 필요가 없으리라 여겨집니다.

출처: 국립국어원

728x90

'자료실 > 생활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 산책  (0) 2024.09.08
오늘 오전 일과(日課)  (1) 2024.09.06
근기 있고 차분한 관찰  (2) 2024.08.31
날마다 좋은 날  (0) 2024.08.30
어제와 오늘  (1) 202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