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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미소/사람들

by ih2oo 2022. 12. 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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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7일 음력 섣달 초닷새

어머님 기일을 맞이하여 불효자식으로서 지은 죄에 대하여 사죄하고

어머님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마음을 굳게 먹어봅니다.

 

오늘 이 글은 나에 대한 어머님의 지극정성 어린 따뜻하신 사랑의 마음을 몰랐던

과거를 떠올려 보면서 이 못난 자식 위한 어머님의 마음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엄니 나의 엄니

 

1. 광부야! 밥 먹어라

우리 동네 앞 둑 너머에는 금강이 흐른다.

둑 넘으면 밭이고 밭길 따라가면 백사장, 샛강을 지나면 물살 큰 금강이다.

 

이 금강가 백사장의 공놀이나 흐르는 금강물은 아이들의 재미난 놀이터였다.

강물은 깊고 물살이 세어 그곳에서 아이들의 물놀이는 위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강가에서 노는 아이들을 어른들은 늘 걱정하셨다.

 

우리 엄니는 늘 나를 부르셨다. 때 되면 밥 먹으라고,

둑에 나오셔서

"광부야! 저녁 먹어라! 광부야! 광부야!"

놀기에 팔린 우리들은 엄니 속을 무던히도 썩여드렸다..

지금 생각하면...

 

2. 가마 타고

강물 범람이 잦았던 우리 동네는 지형적으로 언덕에 석축을 쌓아서 비탈에 지은 집들이라

집집마다 대개 돌 축대가 있다.

우리 집 석축보다 더 까마득한 돌 축대 위에 지은 동네 어떤 집 처마 밑에

동네 가마나 농기구 등을 보관하였는데

그곳에서 우리들은 곧잘 숨바꼭질 등 놀이를 많이 했다.

예닐곱 살 되었을 땐가 어느 한 해에 높은 돌담 축대 가마에서 놀다가

내 키로 여나무길 축대 아래로 나도 모르게 떨어졌던 것 같다.

내 머리가 터지고 피가 흐르고, 놀라고 한 나를 십리도 넘는 공주 읍내 도립병원 까지

매일 다니시면서 나를 고쳐주신 우리 엄니.

 

3. 산제당의 대고모부님

반포면 공암에 산제당이 있었다.

내가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 엄니는 나를 업고

매년 칠월 칠석 마지를 올리시러 다니셨다.

우리 집에서 그때쯤 이면 참외가 나올 무렵이고 참외제를 지내고

참외와 쌀, 초 등 산제당에 올릴 물건들을 사 갖고 나를 데리고

꼭 산속의 대고모부님이 운영하시는 산제당엘 다니셨다.

우리 식구들의 무병과 안녕을 비는 우리 엄니의 칠석마지 행차는

연중행사였음을 나는 늦게서야 알았다

6.25로 왕촌다리와 공암다리가 끊어졌을 때도 다니셨던 걸 기억한다.

 

지금은 공주에서 공암 지나서 상하신리 들어가는 삼거리 좀 못 미친 곳에

골동품상이 있는 곳쯤에 몇 채의 집들이 있었고

그 집 뒤로 공암 냇물을 건너 산속으로 좀 올라가면 있던 그 산제당.

2층 다락방 같은 곳엔 수염이 하얀 무섭게 생긴 할아버지 상이 그려진 무서운 산제당

그 산제당이 지금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대고모부님이 징과 북을 번갈아가며 치시면서 무슨 염불을 하신 것 같이 생각된다.

우리 엄니는 어린 나를 데리고 잘 되라고 매년 이곳을 찾으신 것이다.

청수물을 부뚜막에 떠다 놓고 빌으시던 우리 할머니의 정성처럼.

 

어머님, 우리 어머님

상주 주(周) 씨. 오곡동 점촌 마을에서 1925년에 나으셔서

가난한 집에 시집오시어 없는 살림에 우리 5남매 낳아 키우신 고생이 많으셨던 어머님.

40에 혼자되시어 갖은 고생 다 하시면서 우릴 키우신 우리 어머님.

자식 된 도리 못한 우리들 탓 하나 하지 않으시고 84세로 고생 고생하시다 돌아가셨으니

돌아가신 해가 2009년 그해 첫날 1월 1일이었지요.

 

어머님, 우리 5남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큰 며느리인 제 아내를 네 동생들이 잘 위해주고 이해해 주는 바람에

아내도 동생들에게 하는 만큼 하는 것 같은데

모두 우애 있는 5남매의 모습을 어머님께 보여드리고자 노력하는 장남이 되겠습니다.

 

작년에 대를 이을 손자 시완(是完)이 태어나서 큰 다행입니다.

큰 아들 정균에게도 큰 선물 안겨 주시옵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어머님, 앞으로 더욱 화목화고 우애 있게 우리 모두 다투지 않고 잘 살겠습니다.

어머님, 극락왕생하시고 하늘에서 저희들을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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