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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잔잔한미소/사람들

by ih2oo 2022. 12. 25.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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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의 수필집 <익숙하고도 소소한 것들> 가운데 제1부 '요후경'에 실린 '호미'를 읽었다.

 

38년 동안 교직에서 정년 퇴직하여 틈틈이 농사일을 하면서

체험하고 느끼는 점을 겪고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나 같은 사람이 읽기 좋게 썼다.

 

이 글은 2018년도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실시한 연금수필문학상 금상으로 뽑힌 작품으로 알고 있다. 

호미 두 자루를 산 이유

호미의 제작과정, 가격과 용도, 그리고 역할 등을 재미있게 그렸다.

호미를 잘 알고 썼던 나는 소소하고도 정말 익숙한 호미에 대한 이야기라 

많은 공감을 일으켰다.

 

나에게도 젊었을 적 호미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논보다 밭이 많은 우리 마을에는 호미 없는 집이 없었다.

집집마다 적어도 두세 개씩은 있었을 게다.

연장 가운데 아마 가장 작은 것에 속하니 장만하기도 쉽고 사용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으니

농촌의 아이나 노인도 호미질은 할 줄 한다.

볏논을 매는데도 호미가 쓰이지만, 주로 밭일하는데 쓰이는 호미는

농사짓는데 꽃 필요한 참 좋은 농기구이다.

호미자루가 있고 적당하게 구부러진 쇠 끝이 앞으로 굽어져서

땅을 찔러서 잡아당기면 흙을 파서 뒤집는 데 편리하고

이로운 농작물 옆에서 자라는 잡초를 잡고 뾰족한 호미 끝으로 뿌리째 파서 뽑는데 쓰고

곧게 뻗은 호미 등으로는 득득 긁어서 어린 잡초들을 끊어 없앨 수 있으니

한 손에 잡고 사용하는 연장으로 이렇게 좋은 농기구가 어디 또 있으랴.

호미 하나의 값이 지금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몇 천 원 안 가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호미도 오래 쓰다 보면 자루도 빠질 수 있고 쇠로 된 부분의 끝이 닳아서 둥글게 변형되기도 한다.

닳은 호미는 그 모양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하고

끝이 무디면 납작하고 뾰족하게 갈아서 쓰는 요령도 생기게 된다.

크기도 크지 않고 값도 싸고 쓰기도 편리하고 관리하기도 좋은 이 호미를

글쓴이는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호미 등이 닳을 때까지 호미질을 한다는 것

연륜이 깊어진다는 것

나이를 먹어 늙는다는 것

호미에 단긴 사연은 찾으면 더 있으리라 본다.

삽이나 쟁기 또는 관리기와 트랙터 등 몸집 큰 다른 농기구만큼 작업량이 많지는 않지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귀 후지개처럼

섬세한 작업하기로는 이 호미를 따를 것이 어디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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