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공원(산책로)/정안천생태공원

흔적(痕迹)

ih2oo 2024. 12. 18. 15:46

2024년 12월 18일 추운 겨울 아침 단단한 차림으로 정안천 연못 산책길을 걸었다. 날마다 하던 대로.

길은 판판하게 잘 다듬어지고 낙엽하나 없는 깨끗한 길이어서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오늘도 휴지나 돌, 나뭇가지 하나 없는 길을 걷는데 길바닥에 허연 불규칙한 무늬가 보인다. 이건 틀림없이 물새의 배설물 같다. 날아가면인지 걸어가면서인지는 모르지만, 틀림없이 물새가 삼킨 먹이가 배설물로 나온 흔적이다. 길바닥에 싸 놓은 배설물이 틀림없다. 새들이 예의를 알겠나? 공중도덕을 지키겠나? 말끔한 길마닥에 허옇게 싸 놓은 그 자취가 좀 지저분하지만, 그들을 이해한다. 급해서 갑자기 남긴 그들의 흔적을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야지.

 

백범 김구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서산대사의 선시(禪詩)가 생각난다. 마곡사 백범당에 붙은 내용이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반드시 뒷사람의 길잡이가 될 것이니...

쌓인 눈 위를 어떻게 걸어간들 어떻겠는가? 다만, 서산대사의 시를 좋아한 백범 김구 선생의 생각을 읽는다. 앞서가는 사람 즉, 지도자는 행동거지를 올바르게 해야 함을 말한 것 같다. 

먼저 걸어간 사람을 따르는 사람들이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 걷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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