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8일
정안천 산책길을 걷다가 길옆에서 제법 파래진 풀들을 본다.
길을 걸을 때는 무심코 길 앞에 장애물이 있는지부터 살피고 걷는다.
안전하게 천천히 걷는 게 습관이 되었다.
요즈음 봄비가 가끔 내리니 길바닥이 촉촉하고 생기가 돋아서 걷는 기분이 좋다.
겨우내 메말랐던 풀밭이 제법 푸릇푸릇 해 진 모습이다.
오늘따라 길 옆 풀밭으로 눈이 간다.
정안천 연못가에는 나무가 서 있고, 벤치가 있고, 더러는 정자도 보인다.
모두 걷는 이의 휴식을 위한 편의 시설이다.
그냥 지나쳐서 다니던 길, 버드나무가 있는 벤치 부근을 유심히 보니
봄기운이 돋는 듯 풀들이 파릇해져 올라오고 있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서서 오랫동안 자세히 보았다.
오래 가까이 자세히 보니 건성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던 아주 작은 풀꽃이 피어 있다.
이름도 모르고, 보잘것없지만, 자세히 보니 그 색깔이 연하고 관심을 두어 보니 가냘프다.
그러나 수수하다고 할까, 가련하다고 할까, 수줍다고 할까 그런 모습이다.
호화찬란하여 누구에게나 자랑스럽게 내 보일만한 존재가 아닌 듯 수줍어하는 풀꽃이다.
나태주의 시 풀꽃이 외워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걸려있었고 거기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시라고 들었다.
이 시 때문에 나태주 시인이 대한민국 대표 시인이 되게 한 것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시인의 시어를 잘 모른다.
모르니 알고 싶다.
시 풀꽃은
자세히 보는 것과 오래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나?
보는 것은 대상이 어떻게 생겼나 쳐다(바라) 보는 것인데
자세히 보려면 아무래도 오래 보아야 할 것이고
오래 보는 것이 자세히 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예쁜 것과 사랑스러운 것의 차이는 무엇인가?
아름다운 것은, 멋있는 것은?
어떤 때 써야 알맞게 쓰는 것인지?
시인의 시선은 시인이 아닌 사람의 그것과는 다르다.
나는 나태주의 풀꽃 시의 말들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보기도 한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그러나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하지 않았다.
나태주는 대한민국 대표 시인이다.
나태주 시인 골목도 있고
나태주 풀꽃 문학관도 있다.
공주시내 곳곳에 그의 시가 붙어 있다.
나태주 시인이 공주 산다.
나태주는 공주의 자랑스러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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