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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숙제

ih2oo 2022. 12. 20. 15:30

신원철 산문집 <익숙하고도 소소한 것들>은 모두 4부로 나뉘어

모두 45편의 수필이 실렸는데

1부 요후경

2부 손가락이 안 보일 때까지

3부 책을 버리며

4부 원이 통신이며 그중 1부 요후경에는 11편의 산문이 실렸다.

'방학숙제'는 1부의 세 번째 제목이다.

수필집의 다른 글보다 좀 긴 6쪽 분량의 글을 분석해 보니

방학식에서 학생들에게 들려준 방학 숙제 관련 훈화 내용

교장의 방학 숙제가 된 학생들로부터 받은 영어 메일 답장 쓰기로 나뉜다.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방학을 보람되게 보내게 할까 하는 생각에서

방학 숙제라는 제목의 심호택 시인의 시를 전교생에게 복사하여 나누어 주고

악기 배우기 일기 쓰기, 운동하기 등 요구하려다 학생들의 실정을 감안하여 

그 생각을 접고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 소재로 삼으라는 뜻이라고 했다.

 

전교생에게 준 시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니 다음과 같다.

 

                         방학숙제
                                                        - 심호택
 동무들과 망둥어 낚으러 오가는 길
어느 날 벼포기 알배고 논두렁콩 매달리면서
들판 건너 하늘 훤하게 떠오르면
여름도 그만이다
개학 날짜 다가오는 것 원수 같아라
밀려 나자빠진 방학숙제
학교 가기 하루 전날
그날도 저녁 먹고 나서야 주섬주섬 챙기는데
일기 쓰기 제일로 골치 아퍼라
한 달 것 한나절에 지어내기도 막막하거니와
그중에서도 고약한 일은
찌푸렸다 갰다 그날그날 날씨 모르겠는 것
가물거리는 등잔불 아래
모기 뜯기며 고민하는 모양 안되었던지
동네 마실꾼까지 거들고 나서는데
한 달 전 그때 비 왔느니라--
무슨 소리냐 땡볕에 까치란 놈 대가리 깨지겠더라--
아니여 아니여 비가 오락가락했느니라--
밤은 깊어가고 졸음은 쏟아지고
제기랄 것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하나

 

읽어보니 실감 나는 글이다.

지금 실정과는 먼 옛날 정경이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안 먹히는 말들이다.

이 시를 부모님과 같이 읽고 대화할 요즘 아이들이 어디 있겠나?

내 생각이다.

 

학창 시절에 일기 쓰는 것이 별 것 아니 것 같아도

글쓰기 능력은 사춘기 때 연애변지 쓰기를 통해서 장족의 발전을 이룬다고

하고 싶었는데

언제나처럼 아이들은 교장선생님의 긴 훈화를 싫어한다.

더구나 방학하는 날은 말할 것 없다.

의도대로 못하고 짧게 훈화를 마치고 박수를 받았다는 예기.

 

영어교사가 학생들에게 낸 영어 메일 쓰기를 교장선생님에게 보내라는 숙제

수많은 학생들의 영어 메일 답장 쓰는 교장의 숙제에 고심하는 상황을 읽을 수 있었다.

 

방학 숙제치고 참으로 어려운 숙제를 해야만 했던 그 방학

교장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한다.

물론 영어 전공 선생님이었으니 큰 문제는 없었을 것으로 나는 안다.

아마 즐거운 비명이었을 것 같다.

신통한 아이들이 산통스러웠을 거다.

 

어쨌던지 학생은 방학 숙제 없는 방학이 좋겠지만,

선생이나 부모는 애들을 그냥 놓게 하면 안 되는 거지.

 

일기 쓰기나 채집의 장점을 알리는 것은 좋으나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부작용도 따른다는 것

그러니 다른 실천적인 활동을 숙제로 내는 것을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 싶다.

 

숙제는 방학 숙제나 다른 숙제나 모두 그야말로 숙제다.

꽃 해야만 하는 과정이니 하면 기분 좋은데 안 하면 껄끄러운 게 숙제다.

숙제를 해결하면 내일이 즐거운데 못하면 만나기가 두렵다.

숙제는 숙제다.

이런 숙제를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좋아할 리 없지 않은가?

당연하다.

이 세상을 살면서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면서 이루어진 좋은 결과가 하나둘이 아니잖은가.

나에게 주어진 과제, 숙제를 두려워 말고 능동적으로 해결하려 마음먹고 기꺼이 해 내는 능력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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