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6일의 내 기쁨
내가 사는 집이 좋다. 집이 아름다워서도 아니고 집이 크고 편리한 집이어서도 아니고 주변을 보면 볼수록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좋게 보니까 좋은 것이다. 물론 나쁜 점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걸 못 느낀다.
요즈음 더욱 내가 사는 집이 좋음을 더 느끼는 이유를 밝힌다. 창문을 여니 작은 새 보금자리가 보인다. 창밖에 서 있는 전나무 가지에 새집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 하얀 알이 하나 보인다. 이 새집은 여러 해 전에 비둘기 한 쌍이 새집 짓는 데 필요한 건축 자재(?)들을 한하나 물어다 그들 나름으로 보금자리를 지었는데 내가 보기에도 아주 튼튼하게 잘 짓는 것 같다. 그건 여러 해 죄었어도 꿈쩍 않고 건재하기 때문이다. 그 집에 새하얀 새알 하나가 보인 것이다. 여러 개도 아니고 오로지 하나의 하얀 알, 참 신기하다. 왜냐면 여럿도 아니고 단 하나 그것도 그것만 덜렁 있으니 신기하기도 했다. 창문을 열고 방충망도 열고 사진으로 담았다.
그 이튿날 새알이 잘 있나 보려고 창문을 여니 새 알이 안 보이고 그 알을 덮고 앉아서 품고 있는 어미 새가 보인다. 비둘기다. 알을 낳고 품어서 새끼가 태어나면 먹이를 물어다 키워서 날갯짓을 하도록 보호하여 날아가 버리는 우리 집 창밖의 비둘기들을 여러 해 보아 와서 매번 저러는 것을 잘 안다. 생각하면 비둘기들이 참 약다. 어떻게 이곳에 빈 집이 있는지 알았으며 남이 만든 보금자리에 공짜로 들어와 사랑하고 새끼 낳고 키워서 주인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날아가 버리느냐 이 말이다. 이 알도 깨어서 비둘기가 되면 날아가겠지. 어쨌던지 우리 집 창밖에 집 지어 얼마라도 내 눈에 귀여운 모습이나마 보여주는 이 새들이 있어서 좋다. 키 큰 전나무가 있는 우리 집이다. 그래서 우리 집이 좋다는 것이다.
아침이면 창문을 활짝 열어 밖을 본다. 창밖은 지금 봄이다. 봄꽃이 피었다. 산수유, 매실, 목련꽃이 만발했다. 동쪽에 매실과 목련이 피었고 남쪽에 산수유가 피었다. 산수유는 오래도 간다. 노란 꽃이 봄을 알려주는 듯 가장 먼저 피더니 얼마 전에 매실나무 꽃이 피더니 바로 옆에 자세히 ㅂ니 앞 상가 건물 뒤에 높이 하얀 목련이 피어 있는 걸 발견했다. 집 안에서 창을 열면 봄꽃을 맘껏 볼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집이 좋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이팝나무 꽃도 필 거고 대추나무도 가을이면 빨간 대추를 열어 창 열고 맨손으로 따먹을 수 있게 해 주니 내가 이렇게 내 집이 좋다는 것이다. 여기서 오래 살고 싶다.
내 집 주변을 밖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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