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생활기록

김장, 그것은 종합 예술

ih2oo 2024. 11. 25. 13:15

2024년 11월 24일 일요일
어제오늘 이틀 동안 김장 담그는 일을 지켜보았다. 많은 단계와 과정을 거치는 김장 담그기 그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일임을 올해 처음 느낀 건 아니지만, 실제로 김장 담그는 일은 참으로 힘드는 일이다. 
김장에 들어가는 재료도 많을뿐더러 해야 할 일들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에 절임 배추를 산다느니 사서 먹는다거니 하면서 "올해는 김장을 안 한다" 소리를 여러 해 들었지만, 동생들의 권유와 여럿이 만나는 일 년의 연례행사로 해 왔던 김장 담그는 일을 쉽게 안 할 수 없었다. 어렵더라도 동생들 덕분에 올해도 작품을 만들었다. 장기 밭 동생들이 고맙다.

오늘 김장 담그는 일에 참여한 가족들을 세어보니 두 아들 내외 큰딸과 외손녀, 손녀 윤진이와 손자 시완이, 두 여동생 내외 그리고 우리 내와 모두 14명이 됐다. 따뜻한 겨울날 농장에서의 김장 축제였다. 아니 김장 예술제였다.

 
김장 담그는 데 필요한 준비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춧가루, 소금, 마늘, 생강, 젓갈, 굴, 과실청 등 양념 거리와 배추, 무, 대파, 쪽파, 갓 등은 기본이고 사과와 배도 갈아 넣는데 필요하니 참으로 많다. 그뿐인가 간식으로 먹을 과실과 수육과 새우젓 국거리 쇠고기 등 김장은 종합 예술이다.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의 합주 오케스트라다.

어제는 배추 절이는 작업 오늘은 배추 속 양념 넣는 작업인데 말이 쉽지 뽑아 나르고 다듬고 씻고 소금 넣어 절이는 작업도 어렵지만, 오늘의 절임배추 씻어 물 빠짐 과정을 거쳐 배춧잎마다 갖은양념 바르고 속 넣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배추와 무는 아주 상품으로 그동안 전문 농업 경영인이 다 된 작은 매제의 작품이라 대견스러웠다. 지난여름 무더위와 비를 이겨가며 병충해와 악천후 기후 속에 길러낸 배추와 무를 이렇게 튼실하게 잘 키운 그 정성에 탄복했다.

 
배추절임 과정도 만만지 않다 큰 그릇에 물을 받아 소금을 탄 물에 잘 씻은 배추를 담가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 하룻밤 동안 놓고 기다려야 절여지는데 소금의 양이나 절이는 시간의 안배가 경험으로 조절하는 기술이다.
절은 배추를 씻는 일 또한, 간단하지 않다 큰 그릇 세 개에 맑은 물을 번갈아 새물로 담아서 여러 번 씻고 씻은 배추를 물 빠짐이 좋게 놓았다가 물 빠진 후 양념 속을 넣는 작업이 그리 쉽지 않다. 서너 사람이 둘러앉아서 배추 한 포기를 서너 쪽으로 자른 것 한 잎 한 잎 사이마다 양념을 바르고 넣는데 그걸 포기마다 빠짐없이 해야만 하니 정성이 필요하다. 김장은 정성이 들어가는 하나의 예술 작품 제작 과정이다.
힘이 든다. 맑은 물도 많이 필요한데 여기 자가 수도는 수량도 수질도 좋아서 다행이다. 오늘의 김장 김치는 상질의 일급수의 지하수로 만든 최상급 심장이다.

씻은 배추 하나씩 운반하여 물 빠짐 좋은 장치에 올리는 작업도 만만하지 않다.

 
완전히 물 빠진 배추 하나하나를 각종 양념 섞은 배추 속 버무린 양질의 재료가 준비되고 그것들을 일일이 속 넣는 작업이 이루아진다

 
속 다 넣은 배추를 가지런히 통에 담고 우거지를 덮어 뚜껑 닫는 일이 마지막 단계다.

 
구부렸다 폈다, 계속 쭈그려 앉아서 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저리고 아프고 힘든다. 나이 들면 더 그렇다.
그러나 김치 담그는 작업이 끝나고 먹는 돼지고기 수육 삶은 고기는 새우젓에 겉절이 얹어 먹는 입이 즐겁다.

날이 포근하고 바람 없는 기온이 영상 13도로 올라간 오늘은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김장을 위해 그동안 농작물 잘 키우고 뽑아서 절여주고 담가 준 여러 동생들이 고맙고 우리 시완이 윤진이 까지 이틀 동안 참여해 주어서 귀엽고 고맙다. 두 아들 내외 그리고 걱정을 여러 날 하고 애쓴 노여사님 이제 다리 쭉 벋고 주무시겠네.
올해 김장 김치 담갔다! 김장김치는 예술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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