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6일 금요일
어젯밤 내린 눈이 얼어붙어 걷는 발길이 안정하지가 않다.
추운 날씨에 꽁꽁 언 눈길을 걷다 보니 바스락바스락
운동화에 밟히는 언 눈 소리가 요란스러워서 리듬 맞춰 걷는 재미 또한 있다.
어제 얼어붙은 딱딱한 눈 위를 걷는 오늘은 발자국이 안 나지만,
엊저녁 걸어간 흔적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과연 누구 발자국인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개인가, 고양이 인가, 아니면 어떤 동물인가?
나는 걸어가면서 자국의 크기와 모양을 추적해 보기도 하지만, 거기까지다.
누군지 알 수도 없고 알면 뭐하나?
길바닥의 자국을 보면서 언뜻 백범 김구 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서산대사의 선시(禪詩)가 생각난다.
마곡사 백범당에 붙은 내용이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때에는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반드시 뒷사람의 길잡이가 될 것이니...
쌓인 눈 위를 어떻게 걸어간들 어떻겠는가?
다만, 서산대사의 시를 좋아한 백범 김구 선생의 생각을 읽는다.
앞서가는 사람 즉, 지도자는 행동거지를 올바르게 해야 함을 말한 것 같다.
먼저 걸어간 사람을 따르는 사람들이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 걷기 마련이니까.
기온이 영하 8도인 오늘 정안천 냇물이 얼었다.
언 냇물 사이에 얼지 않은 곳에 물새들이 보인다.
백로와 오리들 모습을 보면 재미있다.
백로는 선생님이고
오리들은 학생들이다.
오늘은 추운 날씨라 글은 안 배우고 낮잠 자는 것을 하루 일과로 정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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