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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자료실/책일기

by ih2oo 2023. 2. 1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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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眼鏡)

 

나는 안경을 오래전부터 써서 흔히 말하는 안경잡이다.

나이 많아 노안이 돼서 쓴 게 아니라 아려서부터 주변의 책이나 글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기를 좋아해서인지 눈이 나빠져서이다. 학생 때 해마다 시력을 재는데 해마다 시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뭔가를 열심히 읽는 습관이 붙어서인지 눈을 혹사시킨 게 원인일 거다.

아니 난 원래 왼쪽 눈이 어려서부터 나쁘다. 통신표에 만성 결막염이라고 적히기도 했었는데 어려서 밀짚 지붕의 원두막에 오르내리다 눈알에 박힌 이물질을 꺼내려다 잘못되어 눈을 다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어려서부터 안경을 쓴 게 아니고 오른쪽은 잘 보이니까 공부하는 데는 지장 없어서 그럭저럭 학생 시절을 보내고 중년에 들어서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수술 직후는 좋아지는가 하다가 다시 시력이 떨어져서 안과에서 시력을 재고 처방대로 안경을 맞춰 썼다. 그게 벌써 지금부터 20년이 넘는다.

1999년에 좌안, 2005에 우안 백내장 수술을 했고, 필요할 때마다 시력에 맞는 도수 안경을 쓰고 있다 물론 왼쪽은 오른쪽 알보다 훨씬 두껍다.

 

신원철 님의 수필집 <익숙하고도 소소한 것들> (2019, 글나무) 53쪽에 실린 ’ 안경‘을 읽고 나름의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안경도 오래 쓰면 다른 물건처럼 나사가 빠지고 알이 긁히고 낡게 마련이다.

자기가 늘 쓰던 안경이 정이 들었을 테지만, 필자는 10년 넘게 썼다니 바꿀 때도 됐을 법하다.

안경은 장갑이나 우산처럼 질 잃어버릴 물건은 아니지만, 안경알을 닦는다든지 잠시 벗어놓은 곳이 생각 안 나거나 하면 찾기 마련이다. 손에 쥐고도 찾는 노인들이 있으니까.

필자처럼 부주의로 밟을 수도 있다. 안경이 그리 견고한 물건이 아니므로 자칫 부러지거나 깨질 수 도 있다. 필자는 오래된 안경을 바꿀 때도 됐으니 밟혀 깨진 안경을 이때다 하고 바꾸면 좋을 것 같다. 부인이 다 초점 안경으로 바꾸라는 권유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물건은 오래 쓸수록 애착이 가고 그런 만큼 웬만하면 그냥 쓰고 싶다. 아마 안경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더 썼을지도 모른다,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안경에도 흠집이 나고 덜렁거리고 하면 바꿀 때도 됐다. 안 밟혔더라면 더 사용했을 테지만, 이제 미련 없이 바꿔야 할 것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는 어려서의 경험담을 썼다.

대목인 백부처럼 목수가 되고 싶었고 그림에 소질이 있어서 극장 간판 그리는 것도 해 보고 싶었던 그는 목수보다는 그래도 공부가 나을 것 같고, 간판 하는 일은 아예 거절당해서 파고든 것이 공부였다는 얘기다.

 

안경은 어려서는 멋있어 보이고 실력 있어 보이고 높은 지위 사람 같아서 쓰고 싶었었는데 막상 안경을 써보니 불편한 데가 여간 아니다. 우선 벗었다 썼다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가끔 교체할 필요가 있고 그보다도 겨울에 입김이 서리는 불편함이 제일 크다. 안경 안 쓰는 또래 동료를 보면 부럽다.

필자는 목수가 될까도 생각했고 간판 그리는 사람 조수가 되려고도 했다지만 모두 접고 공부나 해야겠다고 책을 가까이하다가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나 안경을 쓰고 보니 지적인 면에는 도움이 안 되고 더구나 이효석이나 정지용 같아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안경 안 썼을 때가 좋았다고 한다.

여기서 이효석과 정지용은 어떻게 생겼나?

필자는 왜 안경의 멋을 이 두 사람에서 찾았을까 다른 사람보다도 이 두 사람의 안경이 멋있게 보인 이유가 궁금하다.

 

다음은 필자의 군대에서의 안경 이야기다.

훈련병의 안경은 말썽거리 중의 하나다. 흘리는 땀과 흘러내리는 안경, 짐작이 간다. 또 하나의 추억은 같이 자대 배치받았던 사람이 갖다 준 독일제 안경테 로덴스톡’, 왜 이걸 주고받았나 모르겠다는 추억이야기 속의 로덴스톡은 얼마나 좋은 안경테인지 나는 모른다. 다음 안경테 갈 무렵에 질이나 가격을 물어볼 참이다. 이 수필을 읽으므로 해서 여러 것을 알게 됐다.

아니 필자는 선물 받은 그 좋은 외제 독일제 안경테 안경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술 한 잔 하고 탄 버스에서 잃어버렸다니 이 또한 에피소드 중의 하나다.

또 하나의 추억. 함께 근무하던 병장의 외출 핑곗거리 안경 깨기 부탁으로 그의 멀쩡한 안경을 깨준 사연, 그 속에 파묻힌 채 알려지지 않은 사연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후로 필자는 현재 나이 들어 편한 다초점 안경을 썼는지 만나면 그것부터 묻고 싶다.

안경잡이의 겨울은 괴롭다. 입김으로 흐려진 안경알은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안경점에서 안경알 닦는 헝겊도 효과가 없고 시중에서 파는 입김 서림 방지액도 잘 안 듣는다. 입김서림을 방지하는 좋은 물건이나 방도는 없는 것인가?

 

안경은 앞이 잘 보이게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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