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공원(산책로)/정안천생태공원

추위를 즐기는 것들

ih2oo 2023. 12. 22. 06:40

2023년 12월 21일

오늘은 올해 겨울 들어 최고 춥다고 예보된 날이다. 과연 영하 13도로 핸드폰에 표시된다. 이런 날 춥다고 집안에 뒹굴 내가 아니다. 8시 10분 집을 나서서 하던 대로 시내버스를 타고 복지관에서 내려 론볼장에 가니 추위도 아랑곳하지 많고 회원들이 많이 왔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 메타세쿼이아 길로 해서 정안천 산책길을 걷기 시작했다.

꽁꽁 언 산책길에는 나 말고 걷는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인다. 춥긴 추운 모양이다. 

냇물에는 겨울 철새들이 오늘도 여전히 추위를 즐기는 듯 평화로운 모습으로 도열해 있다. 가마우지도 한 마리, 왜가리인지 백로인지 키 큰 새도 보인다. 겨울 새들이라서인지 이 겨울이 그들에게는 즐거운 모양이다. 나름대로 겨울 추위를 즐기는 모습을 한참이나 본다.

걷다 보니 사람은 안 보이는데 발자국 하나를 발견했다. 아침 된 서리가 내린 쪽다리 위에 선명한 발자국이 보이는 걸로 봐서 얼마 전에 누군가 걸어간 것 같다. 아무도 안 간 눈 위를 걸을 때처럼 서리 내린 나무다리 위 발자국도 추운 날씨에 그대로 선명하다. 아무도 안 간 처음 길은 똑바로 걸어야 한다. 뒤 따르는 사람이 본받게.

메타세쿼이아 길 옆의 맥문동은 한 겨울 추위에도 파란색 그대로이다. 눈이 오거나 서리가 내리거나 겨울바람이 불어도 길 양쪽 가장자리에서 푸른빛을 띠고 있는 저 풀들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큰 나무 가지에 붙은 이파리들은 떨어졌는데 땅바닥에서 죽지 않고 색도 변하지 않고 견뎌내는 작은 생명력은 거룩하게 보인다. 자연에 순응해 가면서 사는 인간들이지만, 추위를 이기며 견디는 연약한 풀뿌리도 있다는 새삼 느끼며 걸었다.

추운 겨울을 이기는 건 이들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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