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는 시간이 아무려면 어떤가 한 발짝 한 걸음을 떼어 걷는 두 다리가 아직은 성한 게 나의 행복이다.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반복되는 산책,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실천했다.
정안천 생태공원의 메타세쿼이아길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매일 아침 여기를 걸으면서 발자국을 세는 사람이 나다.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나도 알아봤고 굵기가 대략 어떤지도 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바람 불면 모자를 쓰고 걷는 주변에 사람이 있든 없든 언제나 나만의 길을 묵묵히 걷는다. 걷는 거리가 똑같은데도 날마다 세는 걸음 수가 같은 날이 드물다. 이는 걸음걸이가 일정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보폭이 일정하지 않다는 결과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도 언제나 같지 않다.
걷다가 누굴 만나기라도 하면 그때까지 세었던 숫자를 잊기도 하고 걷는데 집중이 안 될 때도 있다.
'묵묵히 나의 길을 가련다'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꾸준히 아무 생각 없이 잡념도 버리고 망상도 버리고 오로지 내가 걷는 발자국도 의식하지 말고 꿋꿋하게 걷자는 생각이다.
이렇게 천천히 묵묵히 걷는데서 무언가 얻어지는 것이 있으리라.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히는 효과도 노리면서 걷는다.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다행이다. 이걸 행복으로 받아들인다. 고맙다. 연세 많은 선배님이 빠른 걸음으로 나를 앞질러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만, 나는 나 나름으로 이렇게나마 걸을 수 있음에 오늘도 나는 감사한다. 걷는 발이 좀 불편하지만, 이런대로 구슬려 가면서 오늘도 걷는다.
걸을 수 있는 이 길이 있음에 감사하면서 걷는다.
메타세쿼이아 앙상한 가지가 더욱 곳곳 하여 강하게 보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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