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생활기록

혼자 텅 빈 카페에서

ih2oo 2013. 11. 27. 22:50

2013년 11월 27일 수요일

눈 오는 날, 혼자 카페에서

 

오전에 론볼장에서 내 맘에 흡족한 공을 굴리고 나오니 종합사회복지관 옆 산에 제법 눈이 쌓여서 경치가 볼만했다.

 

오늘은, 눈이 오다 비가 오다 햇빛이 들다 변덕스러운 날씨다.

점심 먹은 오후에 날이 드는 듯하여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금강교를 건너는데 눈발이 바람과 함께 앞을 막는다.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비비 달려서 금강온천에 몸을 풀고 나와서 길 건너 카페를 찾았다.

작년 언젠가 맛있었던 대추차 맛을 다시 보고 싶어서였다.

계속 눈발은 날리고 시야가 안 좋다.

 

카페 라온은 조용하기만 했다.

주인아주머니 혼자 텅 빈 카페 안을 지키고 있다가 반겨준다.

전에 맛있게 먹었던 대추차가 눈에 띈다.

수족냉증 예방, 또 뭐가 좋다는 선전문구와 함께

가격을 보니 전에 3천 원 하던 게 4천5백 원으로 적혀 있다.

 

잠시 뒤에 고소미 한 봉지를 곁들여 대추차와 함께 쟁반에 담아 준다.

원래 대추차에 딸려 나오는지 손님도 없는데 반가워서인지 비싸다고 한 나에게 서비스로 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고마웠다.

 

텅 빈 카페 홀 안의 어느 빈 테이블에 혼자 앉아 대추차와 고소미 과자를 먹으면서

눈발 날리는 바깥을 보니 바깥에도 텅 빈 의자들이 쓸쓸해 보인다.

손님 많은 철엔 사람들이 편히 찾아 앉았을 그 의자가 흩뿌리는 눈을 맞고 있다.

 

실내의 TV에서는 화면 없는 음악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67번 채널인데 노래 제목과 노래하는 가수 이름이 자막으로 나오면서 온종일 음악을 들을 수 있단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이 집 방송은 올레라는 회사에서 전화와 TV를 같이 쓰는 것이란다.

 

대추차를 마시면서 바깥의 눈 오는 쓸쓸한 모습을 바라보니 꼭 섣달 그믐날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관광객 쉼터인 이곳 카페에서 혼자서 대추차를 즐기며 한참의 여유를 지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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